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 범인 해설
사건을 현실적인 눈으로만 따진다면 왜 추리소설을 읽겠는가마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흥행성을 인정하는 나로서도 이 책에서 따로 봉인 설명까지 곁들인 것치고는 추리논리가 군색함을 피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작가는 크게 두 가지 근거를 들어, 준이치가 범인이라는 결론을 만들어두고 독자들의 호기심을 끌었다. 그 두 가지 근거는 첫째, 약봉지 두 개가 모두 일정한 방향으로 오른손잡이가 뜯었다는 점 그리고 둘째, 반창고가 높은 곳에 있어 이를 꺼낼 만한 사람은 소노코 혹은 준이치의 키가 되어야 한다는 점을 들고 있다. (가요코는 키가 이들보다 작다고 기술되어있다.) 봉인 설명서에서도 이런저런 대화식으로 처리했지만 어쨌든 이 두 가지를 결정적 근거로 삼고 있다. 그런데 이 두 가지 사실을 범인 판단 기준으로 삼는다고 쳐도 소노코 자살설 또한 그대로 유력하게 된다. 왜냐하면 소노코가 사실상 양손잡이이기 때문이다. 소노코가 글을 쓰는 것과 같은 행동들은 오른손을, 또 몇몇 행동들은 왼손을 사용한다는 식으로 기술해서 아마 준이치가 소노코가 명확히 어떤 손잡이인지 몰랐거나 뚜렷하게 인식하지 못 했다는 것을 분명히 하기 위한 장치 (만일 준이치가 소노코가 어느 손잡이인지 알았다면 약봉지를 뜯을 때 주의할 수도 있었어! 라는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장치)로 썼던 것 같은데, 어찌 되었든 결국 그런 식의 기술은 소노코를 양손잡이로 만들어버리고 말았다. 뭐, 특정 행동은 반드시 특정 손을 쓴다고 하는 식으로 우겨 볼 수 있겠지만, 어쨌든 소노코의 오빠나 가가 형사 또한 소노코가 약봉지를 뜯을 때 어느 손으로 뜯을지 확신하긴 어려운 상황이 설정된 셈이다. 다시 말해, 소노코는 사실상 양손잡이인데다가 만일 당시의 포즈나 행동에 의해 다른 손을 사용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판단 근거중 하나가 대단히 모호한 상태로 남게 되어버린다. 또 한 가지 근거인 반창고를 꺼낼 수 있는 키높이에 대한 것은 소설에서도 어찌 보면 미미한 근거로 드러나고 있다. 발판 같은 것을 구해서 반창고